개성 넘치는 후쿠오카의 빵
일본에는 거리에서 빵집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형 체인점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까지 여러 빵집이 위치한 후쿠오카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빵 격전지로 유명합니다. 개성 넘치는 가게가 즐비한 후쿠오카에서 빵 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큐슈에서 퍼져 나간 일본의 빵 문화
빵이 일본에 들어온 것은 16세기 중반의 일입니다. 카고시마의 타네가시마에 포르투갈 선박이 떠내려오며 총과 빵이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빵을 뜻하는 일본어 ‘팡’은 포르투갈어의 pão에서 유래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 창구 역할을 했던 나가사키에서는 빵이 명물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1926년 후쿠오카에 텐진초키무라야라는 빵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단팥빵으로 유명한 도쿄의 키무라야 계열 빵집으로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일본에서 탄생한 단팥빵은 반죽에 팥소를 채워 넣고 구워낸 빵입니다. 당시 일본에는 빵 반죽 발효에 필요한 효모균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만주 등에 사용하는 주종으로 반죽을 발효시켰습니다. 단팥빵은 지금도 변함없이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빵으로, 옛 제조법과 비슷하게 주종을 사용해 만든 단팥빵도 계속 판매되고 있습니다.
1946년부터 초등학교 급식에 빵이 등장하면서 일본에도 빵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후쿠오카는 일본에서도 급식에 빵이 자주 나오는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학교 급식인 만큼 많은 양의 빵이 필요했기 때문에 각 지역에 급식용 빵을 만드는 회사가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토진 베이커리와 타케시타 베이커리입니다. 두 곳 모두 1948년 창업한 가게로 점포에서 빵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급식용 빵도 계속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빵을 소비하게 되자 다양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대규모 빵 회사도 등장했습니다. 지역 기업 중 유명한 곳이 1950년 창업한 료유와 1951년 창업한 프랑소와입니다. 료유가 1974년에 발매한 간식빵 맨해튼은 큐슈의 소울 푸드라 불릴 정도의 인기 상품입니다. 료유와 프랑소와의 빵은 후쿠오카 내 슈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양식이 보급되며 정통 유럽식 빵이 등장
예전에 미군 기지가 위치했던 후쿠오카에는 양식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레스토랑 체인으로 유명한 로얄은 미군 기지에서의 업무 경험을 살려 1951년에 베이커리를 시작했습니다. 1949년 창업한 카페 레스토랑 체인 후게츠는 1984년 베이커리 체인점 반테룬 1호점을 하카타역에 차렸는데, 당시에는 아직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빵과 달콤한 간식빵이 주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획기적이었던 것이 1982년에 문을 연 담 드 프랑스의 등장입니다(현재 폐점). 제대로 된 바게트를 굽는 가게라서 양식 레스토랑 셰프들도 사랑하는 곳이었습니다. 프랑스 사람인 오너 우이요 안드레 씨는 일본에 바게트를 널리 확산시킨 프랑스국립제분학교의 레이몽 칼벨 교수의 조수 자격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천연 효모로 만들어 돌가마에서 굽는 빵은 지금도 인기인데요, 유명한 노포 중 한 곳이 오호리 공원 근처의 시몬입니다. 1948년 창업한 가게로 2대 오너가 물려받은 뒤 이름을 시몬으로 바꾸었습니다. 손으로 반죽한 빵을 고집합니다.
또 빠뜨려서는 안 될 곳이 바로 싸일러입니다. 1994년 당시 보기 드물었던 독일 및 오스트리아계 빵집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오너 아돌프 싸일러 씨는 오스트리아에서 1913년부터 사업을 이어 온 빵집의 4대 오너입니다. 묵직한 식사빵은 물론이고 브레첼, 오스트리아 과자 등도 판매합니다.
개성적인 가게가 연이어 등장하며 새 시대를 맞이하는 중인 후쿠오카의 빵
정통 빵을 선보이는 가게가 등장하자 그곳에서 일하며 빵을 배우거나 나아가 해외에서 빵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머지않아 그들이 자기 가게를 차리면서 후쿠오카에는 개성적인 빵집이 여럿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 2010년 문을 연 빵 스톡입니다. 장시간 숙성시킨 무첨가 빵은 일본 전국에서 빵 덕후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입니다. 현재 하코자키와 텐진에 가게를 두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며 도쿄 오모테산도에도 가게를 낸 아맘 다코탄은 든든한 페이스트리, 샌드위치 등이 인기 메뉴인 줄 서야 하는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옛날 느낌을 원한다면 하코자키구 바로 근처에 있는 나가타 빵 하코자키점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만든 가게에서 예로부터 일본인이 사랑해 온 빵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1972년 개업한 돌가마 빵 노포인 빵 나가타 계열입니다.
후쿠오카의 빵은 긴 역사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지금은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명란 바게트도 후쿠오카 명물인 카라시 멘타이코와 바게트가 만나서 만들어진 메뉴입니다. 먼 옛날에 빵과 팥소가 만나 단팥빵이 만들어진 것처럼 언젠가 후쿠오카만의 개성 있는 빵이 또 탄생하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